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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호부터 홍철·김민우까지, 상주의 월드컵 이야기

2018년 07월 08일 12:52

신희재 조회 91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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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서정원 이후, 상무는 월드컵 때마다 꾸준히 국가대표 선수를 배출해왔다. 1998년 최용수·최성용·서동명. 2006년 정경호. 2010년 김정우. 2014년 이근호. 그리고 2018년 홍철과 김민우까지. 총 9명의 선수들 중 경기에 출전해 골까지 넣은 선수도 있는 반면, 단 1분도 뛰지 못하고 돌아간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 모두 대표팀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만큼은 다르지 않았다.

2006년의 정경호 또한 마찬가지였다. 당시 광주상무 소속이었던 정경호는 2003년 혜성과 같이 등장해 그해 9월 처음으로 대표팀에 발탁됐다. 이후 아테네 올림픽과 아시안컵을 거쳐 최종예선에서 맹활약하며 월드컵 엔트리에 승선했다. 그러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월드컵 직전 왼쪽 발목을 다쳐 본선에서는 벤치에 머물렀고, 국내로 돌아와서도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원소속팀 울산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12년이 지났다. 그 사이 그는 여러 팀을 거친 뒤 대전에서 은퇴해 지도자로 변신했다. 울산대학교와 성남을 거치며 코치직을 맡았다. 그러던 어느 날 상주상무에서 코치직 제안이 들어왔다. 그는 고심 끝에 제의를 수락했고 그렇게 10년 만에 지도자가 되어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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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 홍철이 상주로 입대를 했다. 국가대표팀 왼쪽 수비수였던 그는 1부리그에서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 상주를 선택했다. 그가 입대한다는 소식에 선임이었던 신진호 예비역은 당시 홍철을 월드컵에 보내겠다며 환영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나 초반은 쉽지 않았다.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해 김성주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시즌 중반 이후 컨디션이 올라왔고 막바지에는 장점이었던 왼발 킥력이 살아나면서 팀의 승강 플레이오프 잔류에도 공헌했다.

그다음 해 이번에는 김민우가 상주로 입대했다. 역시 국가대표팀 왼쪽 수비수였던 그는 1년 전, 홍철을 대신해 사간도스에서 수원으로 이적했고 30경기 6득점 5도움을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그 또한 홍철과 마찬가지로 초반엔 컨디션 난조로 애를 먹었다. 하지만 4월 중순 이후 특유의 저돌적인 돌파를 선보이며 폼이 회복됐음을 알렸다.

홍철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전반기 14경기에 모두 출전해 1득점 4도움을 기록하며 도움 선두에 올랐다. 커리어 하이였던 2013년 이후 가장 좋은 폼을 선보이며 월드컵 승선에 대한 의욕을 불태웠다. 심지어 5월 13일 인천전에는 코너킥으로 득점을 기록하며 절정에 오른 킥 감각을 과시했다.

왼쪽 미드필더로 자리 잡은 김민우와의 시너지도 주목할만했다. 당초 역할이 겹칠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포지션 체인지와 커버링 플레이를 유연하게 가져가며 리그 최고의 왼쪽 측면 조합으로 떠올랐다. 결국 두 선수는 나란히 월드컵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상주 또한 98년 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2명 이상의 선수를 월드컵에 배출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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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호 수석코치와 인터뷰를 진행한 건 그 즈음이었다. 5월 20일, 제주와의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만난 정경호 수석코치는 언제나 그랬듯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었다. 여전히 변치 않은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그에게 12년 전 월드컵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먼저 그는 월드컵은 언제든 변수가 있는 대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본인도 선수 시절 부상을 당한 경험이 있기에 지금 당장 엔트리 승선 혹은 출전 확률이 높고 낮음을 떠나서 항상 월드컵이라는 큰 목표를 갖고 훈련하고 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조언은 머지않아 현실이 됐다. 대표팀 전체가 유례없이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탈락한 가운데, 홍철과 김민우의 경쟁자였던 김진수와 박주호도 조기에 낙마해 두 선수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월드컵 경험담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상무 출신으로 월드컵에 출전한 건 정말 특별하고 감사한 일이며 큰 혜택을 받은 일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그 부분에 있어서 홍철과 김민우도 많은 동기부여가 됐을 거라 짐작한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예선과 본선의 차이도 짚고 넘어갔다. 그는 뛰지는 못했으나 월드컵을 먼저 경험해본 선배로써, 본선에서는 기죽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플레이를 최대한 할 수 있도록 컨디션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을 남겼다.

현재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코치로써 한국 축구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본인이 월드컵에 참여했을 땐 2002년의 여파로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대단했으나 지금은 인기가 예전만 못한 걸 느낀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더불어 K리그가 좀 더 발전하고, 월드컵에 국민들이 좀 더 큰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나부터 먼저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에게 선수 시절 정경호를 기억하는 축구팬분들에게 인사 한 마디를 부탁했다. 그는 "최근 월드컵을 앞두고 예전에 뛰었던 플레이 영상을 봤다. 제일 먼저 든 건 아쉽다는 생각이었다.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나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것밖에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 아쉬움을 이제는 지도자로써 나처럼 아쉬움이 있는 선수들을 없게 하기 위해서 노력하겠다. 팬분들도 앞으로 축구장에 많이 오셔서 열심히 응원해주셨으면 한다"라며 근황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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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월드컵이 개막했고, 김민우와 홍철은 모두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희비는 엇갈렸다. 스웨덴전과 멕시코전에 출전한 김민우는 수비 실수와 부정확한 크로스로 비판을 받았다. 특히 스웨덴전에는 후반 20분 클라에손에게 태클을 범해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경기 후 눈물을 흘리며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은 그래서 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다행히 홍철이 만회를 했다. 홍철은 멕시코전 김민우를 대신해 교체 투입된 뒤, 독일전 선발로 풀타임 출전해 맹활약했다. 독일의 주요 공격 루트인 키미히의 오버래핑을 문선민과 협력 수비를 펼치며 봉쇄해 여론의 찬사를 받았다. 아울러 후반 20분 키미히와 베르너의 수비를 벗겨내는 탈압박은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오랫동안 회자됐다.

상반된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동안 K리그를 통해 두 선수를 오랫동안 눈여겨본 팬들은 단 3경기로 이들을 쉽게 재단하지 않았다. 팬들은 김민우가 상주 입대 후 왼쪽 수비수로 출전한 적이 거의 없으며, 평소에는 K리그 최고의 사이드 플레이어 중 1명으로 꼽힐 만큼 좋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또 1차전 큰 실수를 저지른 직후에도 실수를 비난하기보다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었으니 괜찮다는 격려와 위로를 건네며 김민우를 응원했다. 좋은 활약을 펼친 홍철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대한민국의 월드컵은 끝났지만, 상주의 K리그는 다시 시작된다. 이제 이들은 상주상무 소속으로 경기에 출전해 월드컵에서의 아쉬움을 털어낼 심산이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월드컵 선배이자 상무 선배인 정경호 코치가 벤치에서 후방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군인 출신으로 월드컵에 출전한 특별한 경험을 지닌 세 사람이 앞으로 상무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Edited by
상주상무프로축구단 팸 4기 취재 신희재
상주상무프로축구단 팸 4기 포토 이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