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상무 2020년 09월 07일 18:39 조회 71
상주상무가 정규리그 세 경기를 남기고 파이널A 진출을 확정지었다. 상주의 파이널A 진출은 2016년 이후 4년 만이다.
상주는 지난 4일 수원 삼성과 홈경기에서 이상기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상주는 승점 34점(10승4무5패)을 확보해 파이널A 마지노선인 6위 팀과 승점차를 10점 이상 벌렸다. 이로서 상주는 남은 정규라운드 세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파이널A 진출을 확정했다.
□ 강등 확정 팀의 승승장구, 파이널A 진출!
상주는 올 시즌을 끝으로 김천으로 연고 이전한다. 따라서, 2020시즌 시작 전부터 성적과 관계없이 K리그2 자동 강등이 확정된 상황이었다. 문선민, 권경원, 오세훈 등 국가대표 급 선수들의 입대로 역대급 스쿼드를 꾸린 상주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즌 시작 전부터 세간에는 상주의 동기부여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상주는 시즌 개막을 10일 앞둔 4월 29일, 선수단을 태운 차량이 트럭과 충돌하는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U-22 룰에 해당되는 선수 전원이 차량에 탑승했고 개막 전까지 U-22 자원의 회복은 불가능했다. 결국 상주는 개막전 울산 원정, 2라운드 강원전, 3라운드 광주전까지 U-22 선수들이 결장하며 엔트리 명단 다섯 명 제한, 교체 두 명이라는 페널티를 안고 경기에 임했다. 한 달의 회복기를 가진 U-22 자원들은 4라운드 김보섭, 5라운드 전세진, 6라운드 오세훈이 각각 선발로 출전하며 교통사고 후유증을 털어냈다.
완전체에 가까워진 상주는 7라운드 서울전부터 12라운드 대구전까지 6경기 무패행진을 기록하며 각종 기록을 경신했다. 9라운드 수원 원정서는 창단 이래 수원전 첫 원정 승리를 따낸 데 이어 10라운드 전북과 홈경기서는 첫 전북전 홈 승리를 가져왔다. 1라운드 로빈(1~11R)을 마친 시점에서 상주는 리그 3위, 홈경기 승률 80%(전북에 이어 2위), K리그 최다 무실점(6경기), 울산과 함께 K리그 최다 연속 무실점(7R 서울전~10R 전북전), 홈 승률 80%로 역대 최고 경신 등 수많은 팀 기록을 쏟아냈다. 각종 팀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데에는 선수 개인의 활약이 큰 몫을 했다. 그 중에서도 예비역 공격수 강상우의 역할이 컸다. 지난달 27일 전역 후 원 소속팀 포항으로 돌아간 강상우는 전역 전까지 상주에서 16경기 출장 7골 5도움을 기록하며 상주의 공격을 이끌었다. 더욱이 강상우는 MOM 4회 선정, BEST11 5회 선정, MVP 1회 선정으로 주니오(울산), 세징야(대구)에 이어 K리그 개인상 순위 3위에도 올랐다.(1~11라운드 기준)
강상우를 포함한 11기 주전 선수들의 전역 이후에도 상주는 꾸준히 승점을 쌓아 2연승을 거두며 19라운드를 마친 현재 승점 34점(10승 4무 5패)으로 3위를 기록 중이다. 직전 라운드 수원전서는 이상기의 결승골로 승점 3점을 보태며 파이널A 진출을 확정지었다. 상주가 파이널A 진출을 확정함에 따라 올 시즌 K리그1 강등팀은 상주를 포함한 두 팀으로 정해졌다. K리그1은 강등 1팀, K리그2는 승격 2팀으로 확정됐다.
□ ‘주전’의 전역으로 인한 전력누수, 올해는?
상주는 올 시즌 상승가도를 달리며 승점 34점으로 창단 이래 K리그1 최고 승점을 기록 중이다.(19R 기준) 창단 이후 최다 승점인 55점을 달성했던 2019년보다도 6점이 높고 사상 첫 파이널A에 진출했던 2016년보다도 5점이 높다. 2014년과 비교했을 때는 38라운드까지 치른 승점(7승 13무 18패)과 올 시즌 19라운드까지 치른 승점이 같다. 한 가지 더 주목할 만 한 점은 정규리그 19라운드 이후 33라운드까지 열 네 경기 동안 상주의 평균적 승리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다. 상주가 K리그1에 속했던 2014년은 2승, 2016년 3승, 2017년 3승, 2018년 2승으로 모두 열 네 경기 중 2~3승에 그쳤다. 지난해는 5승으로 비교적 많은 편이지만 승률로는 35%에 해당돼 높은 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렇듯 상주가 하반기 성적의 고전을 겪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3월 초 개막하는 K리그 출전을 위해 동계훈련 동안 손발을 맞췄던 선수들이 8월 말, 9월 초 무렵 전역하기 때문이다. 주전으로 도약해 시즌 중반을 넘어갈 즈음 주전 선수들이 상병, 병장을 거쳐 예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후 원 소속팀으로 돌아간다. 상주 선수들이 호흡을 맞춰갈 무렵에 전역 후 사회로 돌아가기 때문에 상주의 전력에는 치명적인 누수가 생겨왔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김태완 감독은 전력 누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했고 2019년 소기의 성과를 거두며 창단 이후 최다승점을 달성했다.(K리그1 기준/55점) 2020시즌은 상주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괄목할 만한 성과들을 내고 있다. 8월 전역자들로 인한 상주의 전력 누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5월 25일 입대한 선수들이 상주 합류 이후 손발을 맞추는 데 전력을 다했다. A군, B군으로 나눠 리그 출전과 FA컵 출전을 이원화해 병행하면서 모든 선수들의 실전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다. 11기 선수들의 전역을 대비해 지난 17라운드 전북전부터 강지훈-오현규 등 14기 선수들을 기용하며 전술을 시험했다. 그 결과 18라운드 인천전, 19라운드 수원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파이널A 진출을 조기 확정했다.
□ 발상의 전환; 축구장은 전쟁터가 아니라 놀이터다!
강등 확정 팀의 굳건한 3위 비결로 김태완 감독의 ‘행복축구’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올해로 상주와 인연을 맺은 지 10년 차인 김태완 감독은 시즌 시작 전부터 선수들이 축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축구를 즐기면서 재밌게 하기를 바랐다. 현실 속 냉정함을 잠시 넣어두고 ‘경쟁’보다는 ‘행복’을 추구했다. 이러한 행복축구를 실현하는 데에는 종교적인 영향이 컸다.
김태완 감독은 “목사님께서 행복으로 인한 삶의 변화에 대해 말씀하셨다. 선수들또한 경쟁에 익숙해져 축구를 전쟁하듯이 하지 않았으면 한다. 축구가 좋아서 시작한 선수들이 경쟁 속에서 이기기 위해서만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즐기면서 재밌고 행복하게 축구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다보면 승리도 따라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전했다.
선수들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지도하는 덕분에 선수들 또한 김 감독을 신뢰하고 의지한다. 김 감독은 그라운드 안에서 하고 싶은 것을 자신 있게 역량을 펼치라고 지도했다. 첫 시도이기에 물론 시행착오도 겪었다. 경기장 내 11명의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도, 하고 싶은 것도 달랐기에 처음에는 불협화음이 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해결을 위해 김 감독이 큰 틀을 잡았고 그 속은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채우면서 서로 맞춰갔다. 선수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지도철학 덕에 선수들은 훈련 시간이 마냥 즐겁다.
상주 주장 권경원은 “상주는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것에 대한 도전이 가능한 곳이다. 일례로 중앙 수비수인 나는 프리킥 같은 공격 상황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본 적이 없는데 상주에서 처음으로 해봤다. 다음에는 페널티 킥도 차 볼 것이다. 잘 하지 못하더라도 도전을 통해 발전의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에 오히려 개인 기량과 팀 기여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감독님은 이러한 기회를 주시는 분이다”고 전했다.
선수들의 기량을 맘껏 펼쳐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김태완 감독의 ‘행복축구’.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축구를 즐기는 덕일까. 아이러니하게 결과까지 따라왔다. 이에 대해 선수들은 “감독님께서 편한 마음으로 축구를 할 수 있게 기반을 만들어 주신 덕분이다. 하고 싶은 축구를 재밌게 그리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게 해주셔서 더욱 시너지를 발휘하지 않았나 싶다”고 입을 모았다.
□ ‘HAPPY’ TOGETHER 상주상무의 잔여 8경기
상주는 정규리그 세 경기, 파이널A 다섯 경기 총 여덟 경기를 남겨뒀다. 무관중으로 경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팬들이 가장 아쉬운 것은 상주의 마지막 행복축구를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주상무는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10년 간 상주에서의 동행을 마무리한다. 따라서 팬들이 상주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팬들만큼이나 선수단 역시 팬들과 그라운드에서 호흡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8월 5경기 출전 2골 3도움을 기록한 문선민은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좋지 않아 팬들과 함께하지 못하지만 사태가 안정돼 팬들과 함께 뛸 날만을 기다린다. 팬들이 없는 프로는 상상할 수 없다”고 전했다.
상주는 올 시즌 상승가도를 달리며 재능 있는 공격수들 발굴, 창단 이후 최고 승점(19R 기준), 파이널A 조기 확정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기록 중이다. 좋은 경기력을 통해 상주라는 팀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김태완 감독의 바람처럼 선수들은 화끈한 경기력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상주의 유효기간은 네 달이 채 안 남았지만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상주의 이야기는 끝없이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