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상무 2020년 11월 20일 13:34 조회 42
신 스틸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연 못지않은 조연 연기자를 뜻하는 말이다. 한 편의 영화 같았던 2020 상주상무에도 신 스틸러가 존재한다. 선수도, 감독도 아닌 코칭·지원 스태프이다. 스포트라이트 밖에 있지만 이들이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해냈기에 상주의 역대 최고 성적 경신까지 가능했다. 그라운드 안팎의 빛과 소금 같았던 상주의 스태프들을 차례대로 만나보자. [편집자주]
첫 번째 주인공은 상주의 임관식 수석코치이다. 2020년부터 상주와 함께한 임관식 수석코치는 K리그 전반적으로 감독대행 체제가 남발했던 올 시즌, P급 지도자 라이선스 합격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도자로서 역량을 재차 인정받았다. P급 라이선스는 아시아축구연맹(AFC) 가장 높은 등급의 축구 지도자 라이선스로 국가대표팀을 지도할 수 있는 자격증이다. 최상위 자격증인 만큼 올해 P급 라이선스 경쟁률은 프로가 약 4대 1로 취득의 문이 상당히 좁았다. 임 코치는 당당히 P급 라이선스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능력을 증명했다.
임관식 수석코치는 “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 아직 지도자로서 부족하기 때문에 P급 교육을 지도자로서 성장의 발판으로 삼고 정진할 것이다. 지도자의 역량 강화를 위해 힘쓰겠다”고 전했다.
□ 전남의 별에서 박사 지도자가 되기까지
임관식 수석코치는 1998년 전남드래곤즈에서 데뷔해 6년 동안 프로 155경기에 출장했다. 특히 2000년 1월에는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국가 대표팀에 뽑혀 A매치 두 경기를 소화하기도 했다. 짧고 굵었던 대표팀 생활을 임 코치는 가장 잊지 못할 순간으로 꼽는다. 값진 국가대표팀의 경험을 갖고 2003년까지 전남에서 활약하다 2004년 FA 신분으로 부산으로 이적했다. 이후 2008년 다시 전남으로 돌아와 17경기를 소화한 후 고향에서 은퇴식을 치렀다. 선수생활의 8할을 전남에서만 보낸 임 코치는 당시 전남의 대표 프랜차이즈 스타로 인정받으며 전남의 ‘별’ 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임 코치는 “전남은 선수로서 꿈이 현실이 되도록 함께 해준 곳이다. 언제든 돌아가고 싶은 고향 같은 팀이다. 부산에서 전남으로 돌아왔던 것도 전남에서 은퇴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008년 8월 30일 전남에서의 은퇴식을 끝으로 10년 간 프로 생활을 마친 임 코치는 일찌감치 지도자의 길을 선택했다. 본격적 지도자 생활에 앞서 잉글랜드로 지도자 연수를 떠나 선진축구를 배우고 경험했다. 임 코치는 “당시 영국 축구리그가 가장 선진화된 축구리그였다. 많은 것을 배워 선수들에게도 전파하기 위해 지도자 연수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지도자 연수를 마친 임 코치는 2009년 창단 팀인 당시 내셔널리그 목포시청 축구단 코치로 합류해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12년 광주FC, 호남대, 전남드래곤즈를 거치며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다져갔다. 임 코치는 “프로에서는 성적도 중요하지만 재미있는 축구를 통해 선수들이 인재로 성장하도록 도움을 주는 지도자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 먼저 배우고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임 코치는 자신의 신념을 증명하듯 2011년 2월, 호남대 일반대학원 체육학 석사 학위를, 2017년 12월 동대학원 스포츠과학과 축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단순 학위 취득을 넘어 임 코치가 실질적으로 배운 내용들은 PhD 학위 그 이상이었다. 임 코치는 “배움에 대한 갈망으로 공부를 하다보니 박사 학위까지 받게 됐다. 처음에는 현장에서 바로 응용하고 소통할 지식을 얻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는데 실제로 학업을 통해 배운 것이 정말 많았다. 프로에서 선수들과 소통하고 신뢰하는 방법을 많이 배웠고 더 나아가 학문적 연구를 통해 한국축구 시스템의 발전을 이끄는 사람이 되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고 전했다.
교학상장의 대표 지도자인 임 코치는 2020 시즌 종료 후 휴가 기간에도 모교 호남대를 방문해 애정 어린 특강 시간을 가졌다. 임 코치는 “한국 최초 축구학과가 개설된 호남대 후배들에게 지도자, 리더로서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한 축구 데이터분석, 매니지먼트, 트레이너, 축구 행정 등 다양한 분야의 진로 설정에 대한 설명을 했다”고 전했다.
□ 감사와 행복의 2020 시즌
2017년 전남에서의 프로생활을 끝으로 유소년 양성에 집중했던 임관식 수석코치는 2020 김태완 호에 함께하며 다시 한 번 프로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12월 말 팀에 합류해 전지훈련과 함께 시작한 상주에서의 생활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1월 코로나의 여파로 중국 메이저우에서 진행했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했기 때문. 국내 귀국 후 2주 간 자가 격리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임 코치는 중국 전지훈련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
임 코치는 “아직까지도 온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처해 있다. 올해 1월 중국 전지훈련 중에 급하게 귀국을 결정했다. 빠르게 판단하지 못했다면 귀국을 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부대 복귀 후 격리돼 모든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단체 합숙 생활을 하게 됐다. 이로 인해 더욱 끈끈한 팀으로 거듭날 수 있는 근간이 됐다”고 전했다.
자가 격리 이후에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외출, 외박이 제한된 상태로 상주에서 한 시즌을 소화했다. 특히 시즌 초반에는 외부와 교류가 엄격히 금지되면서 부대 내에서만 생활했다. 힘든 상황일수록 임 코치는 자신의 철학을 떠올리며 긍정적으로 시간을 보냈다.
“제 지도철학은 Carpe diem 이다. 현재 시간에 충실하라는 뜻이다. 지금 이 시간을 즐기라는 다른 의미이기도 하다. 매사 긍정적으로 임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긍정과 행복의 조화 덕분일까. 상주는 원 팀으로 뭉쳐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인 K리그1 4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임 코치는 “프로에서 오랜 기간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지만 2020년은 정말 특별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김태완 감독의 지도력과 선수들의 경기력이 합쳐져 최고의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선수들과 함께 행복하게 호흡할 수 있었던 한 해”라고 회상했다.
올 시즌 유종의 미를 거두고 김천으로 연고를 옮긴 상무는 2021 시즌 K리그2에서 시즌을 시작한다. 임 코치는 “연고 이전으로 인해 2부에서 시작하지만 첫 해에 반드시 승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