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상무 2020년 11월 20일 13:36 조회 40
신 스틸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연 못지않은 조연 연기자를 뜻하는 말이다. 한 편의 영화 같았던 2020 상주상무에도 신 스틸러가 존재한다. 선수도, 감독도 아닌 코칭·지원 스태프이다. 스포트라이트 밖에 있지만 이들이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해냈기에 상주의 역대 최고 성적 경신까지 가능했다. 그라운드 안팎의 빛과 소금 같았던 상주의 스태프들을 차례대로 만나보자. [편집자주]
두 번째 주인공은 상주의 김태수 코치이다. 김 코치는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그라운드를 누볐던 선수였다. 2004년 전남드래곤즈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2017년 서울이랜드FC에서 선수 생활을 은퇴하기까지 K리그 통산 313 경기에 출전한 베테랑 선수다. 37세의 나이까지 K리그를 소화한 노장이기도 하다. 2017년 은퇴 이후 2018년 FC안양 플레잉 코치를 거쳐 2020년 상주와 함께했다. 은퇴 2년 여 만에 프로 코치직을 맡아 김 코치는 선수들과 더욱 원활히 소통했다. 선수 시절 ‘정신적 지주’ 역할을 도맡았다면 코치로서는 경기장 안팎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처하며 행복축구를 실현해 나갔다.
김태수 코치는 “선수 시절 겪었던 지도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도자로서 항상 웃으면서 선수들을 대했던 것 같다. 긍정적으로 얘기하면 선수들 역시 긍정적 사고로 행동까지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하는 것을 경험했다. 결정적으로 선수들과 그라운드에서 함께하는 시간들이 정말 소중하고 즐거웠기에 행복하게 일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 전남의 AFC 1호골 주인공, 포항의 全 트로피 들어올리다!
김태수 코치는 2004년 광운대 졸업 후 전남드래곤즈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5년 간 전남에서 K리그 127경기를 소화했다. 김 코치는 전남에서 2006년, 2007년 연속으로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FA컵 우승과 함께 주어진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김 코치는 2007년 3월 21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아레마 말랑과 ACL 경기서 선제골을 뽑아내며 전남 역사상 첫 ACL 득점의 영예를 누렸다. 김 코치는 “FA컵 우승으로 ACL 진출한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전남의 1호골인 줄은 모르고 있었다”며 웃었다.
전남에서의 행복한 기억을 뒤로 한 채 김태수 코치는 2009년 포항스틸러스에서 새 도전을 시작했다. 포항에서 김 코치는 2009년 ACL, 2012, 2013년 FA컵, 2013년 K리그1 우승까지 달성했다. 프로 선수로서 우승 가능한 모든 대회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김 코치는 마치 우승 DNA가 흐르는 듯 했다.
천생 지도자답게 김 코치는 우승 경험을 선수들을 가르치는 데에 활용했다. 그는 “우승은 정말 모두가 하나로 뭉쳐야 가능하다. 우승을 이끈 일원으로서 선수들에게 경험을 얘기해 줄 수 있는 부분은 행운이고 영광이다. 또 선수들을 지도하다보면 여러 상황이 생긴다. 잘하고 있을 때는 경기를 어떻게 이끌고, 또 어려운 상황에서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해야 하는지 실제적으로 많은 조언을 해줬다”고 설명했다.
선수시절 김 코치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3년 포항에서 더블(K리그 클래식, FA컵 우승)을 달성했을 때였다. 2013년 12월 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울산과 마지막 경기서 포항이 후반 추가시간 극장골을 터뜨리며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김 코치는 득점도, 도움도 기록하지 못했지만 이 순간을 축구 인생에서 가장 전율을 느꼈던 순간으로 기억한다.
“요즘도 가끔 한 번 씩 본다. 당시에 울산전을 남겨두고 울산이 73점, 포항이 71점인 상황이었다. 우리가 이겨야만 우승할 수 있었다. 후반 추가시간 4분, 프리킥 상황에서 제가 넘어지면서 패스를 해줬고 문전 혼전 상황이 유발됐다. 순식간의 일이었지만 그 공이 득점까지 연결됐다. 정말 짜릿했던 순간이다”
□ 일찍이 찾은 ‘지도자’ 재능, 상주에서 펼치다!
2017년 서울이랜드를 끝으로 은퇴한 김태수 코치는 2018년 FC안양 플레잉 코치를 거쳐 1년 만에 상주상무 정식 코치직에 이름을 올렸다. 은퇴 후 2년 만에 프로 코치로 등극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김 코치는 선수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코치를 꿈꿔왔기 때문에 오랜 시간 바랐던 꿈이 일찍이 실현될 수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신생팀을 창단하신 타 학교 감독님께서 또래, 후배들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하신 적이 있었다. 창단 팀이었기에 선수들의 수준이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 기본기를 하나씩 알려주면서 함께 운동했는데 정말 재밌었다. 그 과정을 통해 가르치는 것이 무척 재미있다는 인식이 뇌리에 박혔다. 나중에도 은퇴 후 지도자를 하겠다고 중학생 때부터 꿈꿨다”
오랜 기간 상상해온 지도자 생활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2020년을 상주에서 본격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김 코치는 “지도자는 천직이다. 상상 이상으로 재미있고 행복한 한 해였다. 운동장에서 선수들과 훈련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훈련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선수단 관리도 하고 할 일이 많지만 운동장에 있는 것 자체가 힐링이었다”고 전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행복했던 시간은 경기 시간이었다. 지금껏 훈련해 온 결과를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마음껏 펼치는 모습을 볼 때 김 코치가 느낀 보람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과정 뿐 아니라 결과까지 가져온 선수들에게 김 코치는 무한 감동을 표했다.
“사실 코치로서 선수들에게 엄청난 것을 가르치지는 못했다. 단지 팀으로서 하나가 되고 즐겁게 훈련할 수 있도록 했을 뿐이다. 선수들이 밥상을 차리고 세팅을 하고 나는 밥만 맛있게 먹었다. 코치로서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를 강조했는데 선수들이 기본을 넘어 응용까지 잘해줘서 정말 행복했던 한 해다”
벤치에 앉아 선수들을 볼 때 설렘과 행복을 느낀다는 김 코치는 2021 시즌을 향한 행복한 꿈을 꾸고 있다. 김 코치는 “내년은 2부에서 시작한다. 재미있고 행복하게 하다보면 올해처럼 성적까지 자연스레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직행 승격을 위해 온 힘을 쏟겠다”는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