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재 2020년 11월 20일 03:58 조회 45
"모두들 가슴을 펴고 플레이해라. 너희들이 달고 있는 등번호는 모두 팀의 영구결번이다"
2004년 킨테츠 버팔로즈의 나시다 마사타카 감독은 팀의 마지막 경기를 앞둔 선수들에게 '너희는 모두 영구결번'이라는 말을 남겼다. 야구계 명언으로 알려진 이 문구는 여러 해가 지난 지금도 다양한 스포츠 종목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 이는 2020년을 끝으로 사라지는 상주상무(이하 상주)도 마찬가지다.
상주는 지난 6월 시민구단 전환이 무산되면서 최근 한 달 동안 중등부, 고등부, 프로팀이 차례대로 상주에서의 마지막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지난 14일(토) 오후 1시 영해생활체육공원에서 상주상무 U12(이하 상주 U12)가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7승 1무를 기록한 상주 U12는 8연승을 내달린 포항스틸러스 U12(이하 포철초)와 '2020 전국 초등 축구리그' 경북 권역 챔피언을 놓고 자웅을 겨뤘다.
상주 U12는 강호 포철초를 상대로 경기 내내 왕성한 활동량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결과는 패배였지만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경기력이었다. 박인식 감독 또한 "전반에는 유효 슈팅도 많았고 우리가 더 잘했다고 생각한다. 비록 후반에 무너졌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열심히 해줘서 만족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준우승을 차지한 상주 U12의 중심에는 주장 김지한이 있었다. 2년 전 상주 U12에 합류한 김지한은 이번 시즌 등번호 7번을 달고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해 맹활약을 펼쳤다. 박인식 감독은 김지한에 대해 "주장 완장을 차고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해 맡은 역할을 잘 수행했다. 중앙에서 공수 조율에 능한 모습을 보였다"고 칭찬했다. 김지한은 "이번 대회 준비 많이 했는데 우승을 못해서 아쉽다. 그래도 준우승 또한 만족할 수 있는 기록이라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저희를 응원하고 지원해 주셨던 부모님과 감독님, 코치님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중원을 김지한이 책임졌다면 공격은 김민찬과 강민이 돋보였다. 등번호 11번의 오른쪽 미드필더 김민찬은 이번 대회에서 무려 15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주득점원으로 자리 잡았다. 박인식 감독 또한 "김민찬은 측면에서 빠르고 득점력이 있다. 특히 돌파 능력이 뛰어나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민찬은 "축구를 허락해 주신 부모님과 축구를 가르쳐 주신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덕분에 준우승을 할 수 있었다"며 주변의 도움 덕분이라고 말했다.
등번호 10번의 최전방 공격수 강민도 상주 U12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이번 대회 4득점을 기록한 강민은 경고 누적으로 포철초와의 마지막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상주 U12는 포철초를 상대로 무득점에 그치며 강민의 공백을 실감했다. 강민은 "오늘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그동안 저를 믿고 출전시켜주셨던 감독님에게 감사하다"고 운을 뗀 뒤 "저를 믿고 패스를 잘 해줬던 김지한 선수에게 고맙다"고 덧붙였다.
수비진을 책임진 '상영초 6학년 트리오' 황태규, 박건욱, 추승우의 활약 또한 눈부셨다. 세 선수는 이번 대회 9경기 중 7경기를 1실점 이하로 틀어막으며 짠물 수비를 선보였다. 이들은 나란히 코치진과 학부모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며 준우승의 공을 돌렸다. 아울러 황태규는 많은 득점으로 승리에 기여한 김민찬을 칭찬하고, 박건욱은 뒤에서 슈팅을 잘 막아준 황태규 골키퍼를 칭찬하며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다. 한편 상주 U12는 6학년 선수들 외에도 5학년 3명, 4학년 1명, 3학년 4명 모두가 마지막까지 하나 된 모습을 보이며 준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상주 U12를 끝으로 상주는 모든 연령별 팀들이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상주와 K리그의 10년에 걸친 동행도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모두가 영구 결번이라는 나시다 마사타카의 말처럼, 상주는 사라지더라도 상주가 남긴 흔적은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아 회자될 것이다. 아래는 상주 U12의 마지막을 장식한 영구결번 선수들 14명의 명단이다.
6학년 = 황태규(1), 박건욱(4), 김지한(7), 추승우(9), 강민(10), 김민찬(11)
5학년 = 박찬우(3), 박준혁(12), 안정필(13), 정지우(16)
4학년 = 조윤우(8)
3학년 = 노윤승(6), 이동연(14), 박준성(20)
상주와 함께 한 모든 이들에게 밝은 미래가 수 놓이길 기원한다.
글 = 상주상무프로축구단 팸 6기 신희재 명예기자
사진 = 상주상무프로축구단